00 Document #2 누가 우리의 이웃을 만드는가 Who Makes Our Neighborhood?



Project & Research Book
Publication date: February, 2013
ISBN: 978-89-94027-28-9
Format: 14.2 x 21cm, 322 pages, B&W, paperback
Editing: Jungyeon Ku, LIM Kyung yong, Lee Sung-min
Design: Jin Jung, Lee Soon-hyun
Out of Print

목차
5 누가 우리의 이웃을 만드는가
9 공통세계: 시작을 위한 매뉴얼 - 홍철기
17 우리시대 도시 형성의 조건과 예술가 - 조정환
27 창의도시 담론에 대한 경계: 자본의 창의, 도시생산계급의 이분화 - 최영숙
39 뉴욕,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예술가 - 알랜 무어
49 도쿄 젠트리피케이션 - 테츠오 코가와
57 대도시에 관한 소고 - 제레미 할리
67 반-젠트리피케이션: 라 제너랄 - 엠마뉴엘 페랑
77 문래동 젠트리피케이션 위의 춤 - 김강
91 제도와 자율 그 사이에서 - 김강
103 지원, 공간, 독립, 커뮤니티에 대하여 - 라도삼
115 최대치 기본: 아트스페이스 풀,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 - 김희진
135 돈키호테, 독립을 향하여 - 박혜강, 이명훈
145 "독립자본 구축하기" 아이디어 공유하기 - 박은선, 달팽이달팽이, 와타나베 후토시
159 카페와 공통적인 것 - 와타나베 후토시
173 공동체 그리고 소셜 코디네이터로서의 건축가 - 이종호
187 생활건축, 진짜공간 - 홍윤주
201 동네 사람들, 건축을 말하다 - 신호섭 & 신경미
213 점유를 이야기하다 - 단편선, 민성훈, 박재용, 서준호
241 공통체와 음악가: 1960년대 이후 실험음악의 유토피아와 정치적 실험 - 홍철기
251 프로젝트 후쿠시마 - 오토모 요시히데
266 에필로그
268 엽서 프로젝트 - 김지은
280 질투하지 않을 수 없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 한석주
292 광화리 - 마이클 에디
298 몇 가지 예를 들면: - 홍은주 x 김형재

'공공도큐멘트 #2'는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00 Document #2' was supported by Seoul Foundation for Arts & Culture.


누가 우리의 이웃을 만드는가? 
임경용

“공공도큐멘트 00 Document”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조건 안에서 예술활동의 한계와 그 가능성을 탐색하는 프로젝트이다. 2007년 12월에 발간되었던 첫 호에서는 ‘다중 multitude’ 개념을 중심으로 서울에서 발견되는 자율적인 움직임을 연구했다. 구체적인 사례조사와 함께 이론적 맥락을 짚을 수 있는 텍스트, 국외 사례들을 소개하는 책자를 만들었다.
4년여 만에 새롭게 기획된 “공공도큐멘트” 2호는 “누가 우리의 이웃을 만드는가”라는 타이틀로 출판을 비롯해 인포샵 infoshop, 워크숍 등으로 이뤄졌다. 첫 번째 “공공도큐멘트”가 도시 안 (비)예술가들의 다양한 생존, 저항 전략 및 맥락을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도시의 물리적 조건 안에서 예술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지점을 소개하고 쟁점화시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을 하나의 출발점이자 도구로 삼았다. 공간을 사유화하고 자본화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자본주의 본성이 스펙터클에 대한 욕망으로 구체화된 것으로 서울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나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나오미 클라인 Naomi Klein 은 «쇼크 독트린 The Shock Doctrine» 책의 서문에서 뉴올리언스 수해 이후에 그 지역에서 벌어진 일들을 설명한다. 수해는 개발업자들에게 도시재정비 사업을 할 기회와 명분을 줬고 그때만큼은 자본주의적 ‘무’신론자들 조차 진심으로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들이 복원한 것은 원주민들을 위한 마을이 아니라 새로운 젠트리들을 위한 쾌적한 성채였다. 그것을 자본주의적 재앙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무엇이 재앙인가.
누가 우리 시대의 젠트리인가? 사실 성채에 들어가 사는 사람이나 그 성을 쌓는 사람들이 우리 삶 자체를 위협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도시를 재생하고 시민을 위한 쾌적한 주거지를 개발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엽서에서나 봤을 법한 스펙터클이 우리 눈과 몸에 익숙해지고 상품 가치로 환원되면서 도시의 삶은 극도로 황폐화되고 있다. 뉴올리언스를 덮쳤던 수해가 젠트리를 위한 스펙터클로서 우리가 사는 삶의 터전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짚어주는 것은 커뮤니티의 복원, 자본주의로부터의 탈주, 집합적 행동의 필요성 등이었다. 스콰팅 squatting 을 비롯해 ‘월가를 점령하라 Occupy Wall Street’와 같은 시위 안에서도 다양한 예술적 행위가 등장하고 있다. 그러한 예술형식을 어떻게 부를 수 있을까. 흔히 이야기하는 커뮤니티 아트가 그것일까. 그렇다면 커뮤니티 아트는 특정한 커뮤니티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보편적인 가치를 위한 것인가.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커뮤니티 아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 왜 우리에게 ‘커뮤니티’의 용법이 중요해졌고 그것을 하나의 도구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폭넓은 질문을 던지는 것에 집중했다. 사실 우리는 커뮤니티를 믿지 않고 유토피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음에도 또다시 그 믿음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접근을 통해 ‘커뮤니티’의 다양한 용법을 보여주는 것도 이 프로젝트의 또 다른 목적이었다. 장르로서 커뮤니티 아트는 쓸모가 없겠지만, 당분간 보편적인 가치를 위해 커뮤니티를 우회하는 전략은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의문은 재앙과도 같은 이 자본주의 흐름을 소수의 국지적인 저항으로 막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이 흐름을 늦출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거대 기업의 로고가 도배한 도시 풍경의 모습이 그려진다. 아니 어쩌면 벌써 그런 세상이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오토모 요시히데 Otomo Yoshihide 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후쿠시마! Project Fukushima!”를 소개하는 것은 ‘자본주의적 재앙’에 대한 희망을 표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인류 모두의 큰 재앙임이 틀림없다. 이곳은 죽음의 땅이 되었다. 하지만 음악가 오토모 요시히데는 그곳에서 새로운 종류의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뉴올리언스 수해 이후 개발업자들은 아무런 장애 없이 부동산을 개발할 수 있었지만 죽음의 땅이 된 후쿠시마에는 개발주의자들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뉴올리언스 개발주의자들에게 원주민은 안중에 없었지만 “프로젝트 후쿠시마!”는 이 땅에 살던 누군가를 어떻게 보듬고 함께 갈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 다른 시작점 안에 해결책이 숨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단순히 부동산 지가에 관련된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그것을 지속시키고 확장시키는 동력도 경제적인 가치에 있는 것만도 아니다.
“누가 우리의 이웃을 만드는가”는 우리가 사는 도시 풍경을 누가 결정하는가에 대한 정치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외부 풍경의 변화는 우리 내부 풍경을 변화시킨다. 그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도시민이 어떻게 동원되고 이주하는지, 그리고 특정한 계층의 이익과 논리가 예술을 얼마나 예술로부터 유리시키는지 그리고 이들의 전략 앞에서 우리가 왜 다양한 (비)예술적인 전략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목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공공도큐멘트 성격에 맞게 이론적 텍스트, 인터뷰 그리고 이 주제와 관련된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의 작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형식의 글과 프로젝트가 한 곳에서 소개되다 보니 좀 산만한 감이 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애써주신 분들을 비롯해 직간접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